전태일이 평화시장에 일하던 시절에는 노동자가 노동자라 불리지 못했다. 근로자라는 말도 잘 쓰지 않았다. 공돌이, 공순이라고 하찮게 불렀다. 경제발전의 주역이자 일등공신인 노동자는 올바른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전태일은 열여섯 살 때 평화시장의 시다로 취직한다. 이일저일 찾아 떠돌지 않고 기술을 배우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꿈에 부푼다. 하지만 전태일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하루 일당은 커피 값 한잔 값인 50원, 한 달 꼬박 일해야 1천5백 원. 휴일도 없는 장시간 노동에 밤샘작업을 밥 먹듯 한다. 휴일도 없이 일을 했다. 그가 마주한 평화시장의 현실은 지옥 그 자체였다.
나어린 여자들이 좁은 방에서 하루최고 18시간이나 고된 일을 하며 보잘것없는 보수에 직업병까지 얻고있어 근로기준법을 무색하게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내 청계천 5~6가 사이에 있는 평화시장내 각종기성복가공업에 종사하는 미싱사 재단사 조수들 2만7천여명으로 노동청은 7일 실태조사에 나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업체는 모두 고발키로 했다. 노동청은 이밖에 6백여 개소나 되는 서울시내 기성복가공업소도 근로자의 실태를 조사키로했다. 평화시장내의 피복가공공장은 4백여개나 되는데 작업장의 경우 건평2평 정도에 작업용 기계와 함께 16명씩을 한데넣고 작업을해 거의 움직일 틈이 없을 정도로 작업장은 비좁다. 더구나 작업장은 1층을 아래, 위로 나눠 천장의 높이가 겨우 1.6m 정도도밖에 안돼 허리를 필수도 없을 정도인데 이와같이 좁고 낮은 방에 작업을 위해 너무 밝은 조명을 해 이들 대부분은 밝은 햇빛아래서는 눈을 똑바로 뜰수없다고 노동청에 진정까지해왔다. 이들에 의하면 이런 환경속에 하루 13시간~16시간의 고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첫째, 셋째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휴일에도 작업장에 나와 일을 하고 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생리휴가등 특별휴가는 생각조차 못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13세정도의 어린 소녀들이 대부분인 조수의 경우 이미 4~5년전부터 받는 3천원의 월급을 현재까지 그대로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은 옷감에서 나는 먼지가 가득한 방안에서 하루종일 일해 폐결핵 신경성 위장병까지 앓고 있어 성장기에 있는 소녀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이처럼 근로조건이 나쁜 곳에서 일하는데도 감독관청인 노동청에서 매년 실시하는 건강진단은 대부분이 한번도 받은 일이 없으며 지난 69년 가을 건강진단을 나왔으나 공장측은 1개 공장종업원 2~3명씩만 진단을 받게 한 후 모두가 받은 것처럼 했다는 것이다. 소녀등 2만여명 혹사 거의 직업병… 노동청 뒤늦게 고발키로 - 1970년 10월 7일 경향일보 6면
재단사 전태일이 어린 여공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잘 것 없었다. 이 무렵 전태일은 아버지 전상수에게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근로자를 위한 법이 있다는 사실에 전태일은 뛸 듯이 기뻤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밤낮으로 품고 살다시피 했다.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전태일은 한자투성이 법전을 읽는 게 너무도 힘들었다.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잔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① 당사자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 할 수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① 15세 미만인 자 (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자를 포함한다)는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就職認許證)을 지닌 자는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자의 근로시간은 1일에 7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1일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 할 수 있다.
50조, 53조, 56조, 64조, 69조
아니오. 적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근로기준법 56조, 적정임금 : 5만 5천원
근로기준법을 읽은 전태일은 "이렇게 좋은 규정을 모르고 찍소리 못하고 살아왔다니, 나는 참 바보였다"고 한탄하였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여기고, 재단사 친구들과 함께 '바보회'라는 모임을 꾸린다. 바보회 회장으로 뽑힌 전태일은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평화시장 노동자들을 만난다. 바보회는 훗날 '삼동친목회'로 새롭게 꾸려져 평화시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기업가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막는데 힘쓴다.
- 전태일의 바보회 제안 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