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무대경무대청와대의 전 이름로 가는 길목에 포진한 경찰들이 불과 10미터 앞의 시위대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이다. 거리는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시민들은 흩어졌다 다시 대오를 정비하면서 경무대를 향해 계속 돌진하였다. 자유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었다.
'피의 일요일'이었던 4월 19일의 시위는 치열했던 서울뿐만 아니라 거의 전국에서 동시 다발로 일어난 전국 규모의 시위였다. 이날 서울에서만 104명, 부산에서 19명, 광주에서 8명 등 전국적으로 186명이 사망하고 6,026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수송초등학교 6학년 전한승군은 시위대열에 박수를 보내다 경찰의 일제 사격으로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4∙19선언문 수록 6페이지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를 하고, 부정선거가 발생한 것에 대해 언니, 오빠들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걸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언니, 오빠들이 싸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4ㆍ19혁명 당시 만들어진 선언문선언문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외부에 정식으로 밝히는 글 중 일부이다. 당시 학생들의 생각과 말하고 싶었던 주장이 무엇인지 선언문을 통해 살펴보자.
[서울대학교 학생회, 고려대학교 학생회, 연세대학교 학생회, 대학교수단]
(선언문 일부 발췌 및 풀어쓴 글입니다.) 학교를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어지러운 역사의 흐름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스스로 지성과 양심에 따라 잔인하고 악한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음을 주장하는 바이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이 민주와 자유를 내세워 독재를 꾀하고 있음을 안다. 모든 민주주의 정치사는 자유를 획득하고 독재를 극복하기 위한 싸움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떠한 형태의 독재도 국민 앞에 군림하는 '종이로 만든 호랑이' 같음을 밝힌다. (중략) 이제 막 정당히 가져야 할 권리인 자유를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인 관료와 경찰은 민주를 위장한 독재 권력의 하수인이 되었고, 민주주의에서 꼭 지켜져야만 하는 선거권마저 독재에 이용당하였다. 언론∙출판∙집회∙결사 및 사상의 자유는 없어졌다. 나이 어린 학생 김주열의 비참하고 끔직한 사건을 보라! 저들을 보라! 비굴하게도 협박과 폭력으로써 우리를 대하려 한다. 우리는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인간적으로 부르짖어야 할 같은 학생으로서의 양심을 느낀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 자유의 종을 울리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일제시기 미칠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우리가 영광스럽기만 하다. 보라!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위한 열렬한 대열이다.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자유, 민주주의